'맛'과 '멋'을 추구하는 50플러스 세대의 문화공간...루덴스키친
'맛'과 '멋'을 추구하는 50플러스 세대의 문화공간...루덴스키친
  • 박응식 기자
  • 승인 2018.12.28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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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유쾌한 삶이 모토...'루덴스협동조합'이 모체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환갑파티, 춤카페 등 재미있는 문화 이벤트 실시
오후 5시 반부터 밤 11시까지는 풍류가 있는 저녁 라이브 포차(포장마차)로

잘 먹고 잘 놀고 싶은 50대는 루덴스키친으로

2017117맛과 멋이 어우러진 50+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루덴스키친이 불광역 3번 출구 앞에 문을 열었다.

루덴스키친은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신선하고 공정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출발했다. 슬로푸드, 다문화음식, 제철요리, 전통주가 있는 70석 규모의 레스토랑으로 건강한 음식, 공정한 음식, 유쾌한 모임을 모토로 한다.

점심시간에는 슬로푸드의 콘셉트에 맞춰 톳, 다시마 채, 생미역 등 신선한 해산물을 재료로 한상차림을 1만 원에 내놓는다. 김치알밥, 매생이굴탕, 낙지덮밥, 순두부찌개 등 단품 메뉴는 7,000원에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언뜻 보기에 음식점이지만 단순히 밥과 술 그리고 안주를 파는 곳만은 아니다. ‘은 물론 을 추구하는 중장년들이 먹고 놀고 마시는 공간이다. 그것도 아주 잘놀고 싶은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곳이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이 식당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그 성격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몸과 음식 이야기, 50+반세기 파티, 환갑파티, 춤카페 등 재미있는 문화 이벤트가 펼쳐진다. 손님을 받지 않고 주방을 정비하는 동안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관하는 문화공간이 된다. 가족모임은 물론이고 연주회, 전시회, 스몰웨딩까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이를 위해 매장 한쪽에 무대와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두었다.

5시 반부터 밤 11시까지는 풍류가 있는 저녁 라이브 포차(포장마차)로 변신한다. 일품요리는 1만 원에서 3만 원까지. 영산포 홍어삼합, 산낙지탕탕이, 전복회와 전복구이, 가자미탕수 등 해산물요리가 특히 인기를 끈다. 술은 수제맥주와 전통 막걸리, 전통 소주, 와인 등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라이브 포차인 만큼 누구든지 악기만 가져오면 무대에서 연주도 할 수 있다.

건강하고 유쾌한 삶이 모토

루덴스키친은 20163월에 출범한 루덴스협동조합이 모체가 되어 탄생한 공간이다.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활동하는 50+ 세대들이 뜻을 모아 공동출자로 만들었다.

루덴스키친은 현재 47명의 조합원이 각자 100만원씩 출자해서 개업했다. 초기 개업자금으로 부족한 부분은 협동조합 임원들이 추가로 출자해서 채웠다.

루덴스협동조합의 살림을 맡고 있는 조명진 상임이사로부터 그동안의 진행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중장년들의 놀이 문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등산과 노래방만 다닐 것인가?’라고 묻고 싶습니다. 50플러스 세대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는 서울에서도 상권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불광역 근처에 식당을 오픈하는 것에 대해 주위의 반대가 많았다고 했다. 강남에서 8년 동안 200석 규모의 웰빙 한정식집을 경영했던 그가 이곳에서 음식점을 개설한다고 하니 다들 의아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4월 홍대 앞 카페 슬로비로부터 홍대 슬로비 거리가 탄생한 것처럼 2017년에는 루덴스키친이 불광 50+ 문화거리의 첫발을 내딛을 것이라는 사명감이 있었기에 밀어붙였다고 했다.

 

루덴스키친을 이야기함에 있어 루덴스협동조합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의 루덴스(Ludens)는 물론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의 루덴스다. 50대 이후 중장년들의 놀이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꿈으로써 사회 변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로 출발한 것이 바로 루덴스협동조합이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인생학교 1-2기 동문 8명은 ‘50플러스 문화운동을 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만드는데 의기투합했다. 1기생인 유상모 씨가 이사장을 맡았고 2기생인 조명진 씨는 상임이사를 맡아 살림을 챙기고 있다.

루덴스키친은 루덴스협동조합이 지향하는 건강한 삶, 유쾌한 삶을 위한 전초기지인 셈입니다. 새로운 먹거리 문화로 수익 기반을 만들 뿐만 아니라 문화 활동을 위한 문화거점 공간이 되는 곳이 바로 루덴스키친입니다. 협동조합 사무실은 서부캠퍼스에 있지만, 공공의 영역에 갇혀 있기 보다는 민간의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이곳을 만들었습니다.”

조명진 상임이사는 대기업에서 일본 지사장 및 미국 현지법인 프로젝트 매니저 등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94, 벤처기업을 설립했다고 했다. 1999년에는 유기농인터넷 쇼핑몰 이팜을 설립했고, 2010년에는 건강디자인연구소를 만들어 자연치유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일을 현재까지 하고 있다.

조합원은 50플러스 문화운동의 주체가 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누구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접목해 나가는 다양한 허브 형태의 새로운 협동조합이 되고자 합니다. 물론 출자자에게는 배당도 할 것입니다.”

수익을 냄으로써 조합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문화공간으로서의 루덴스키친

취미로 배운 오카리나 등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대에 설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술과 노래방으로 대변되는 성인문화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이곳에서는 탱고 같은 춤도 출 수 있고,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도 있습니다.”

루덴스키친이 문화공간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은 지난 해 117일 개업식 때다. 오프닝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유상모 루덴스협동조합 이사장의 인사말로부터 시작됐다. 여러 사람의 힘으로 이룬 결실인 까닭에 내빈 소개와 함께 감사 인사말이 길게 이어졌다. 참석한 내빈들은 자축의 의미를 담아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조명진 상임이사는 20168월 말부터 50+세대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민간영역에서 담당해 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이 일이 비로소 작은 결실을 맺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이 아닌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루덴스키친이 불광의 꿈에서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0+세대의 새로운 문화 창출 공간으로 우뚝 서게 하자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서 이경희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이사, 최순옥 서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김미윤 은평구청 사회적경제과 팀장의 축사가 있었다. 모두가 루덴스키친이 50+세대와 지역 사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주기를 함께 소망하는 자리였다.

공식적인 식순에 이어 본격적인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맛있는 음식과 술, 음악에 모두가 흥겨운 즐거운 자리가 됐다. 오규만 흥얼흥얼커뮤니티 대표의 기타 연주, 루덴스탱고커뮤니티의 탱고 공연, 그룹

더 영혼스의 밴드 연주. 이어지는 앙코르 요청에 공연은 끝이 날 줄 몰랐다. 도시의 노마드팀이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춤을 추면서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누구 할 것 없이 일어나 함께 손뼉을 치고 춤을 췄다. 콘서트장을 연상케 하는 열기가 루덴스키친을 가득 메웠다.

탱고에서 찾은 삶의 전환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상모 씨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루덴스협동조합의 출발점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20대부터 토목현장에서 일을 시작해 중소 건설회사를 경영할 만큼 이 분야에서 나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업을 한 지 15년 쯤 되었을 때에는 사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일이 잘 돼도 불안하기만 했다. ‘10년 후에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나는 지금 삶을 즐기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등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 희망제작소의 퇴근 후 렛츠프로그램을 만났다. 2010년 봄의 일이다.

그에게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유지나 교수의 호모 루덴스적 삶에 대한 강의는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교육을 수료한 뒤 탱고를 배우기 시작했고, 희망제작소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제대로 놀아보자는 포부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모임의 이름은 호모루덴스 소셜 클럽. 어떻게 하면 꼰대 소리 안 듣고 잘 놀 수 있는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 제대로 노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시민들이 만드는 소모임이나 단체의 설립을 돕기 위해 주관하는 공모전에 출품해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원래 노는 것을 좋아했던 유 이사장은 탱고에서 많은 가능성을 읽었다. 1년에 한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탱고대회 참가자격을 얻기 위한 선발대회에도 출전했다. 파트너와 함께 1년 정도 연습했는데 예선은 통과했지만 본선에서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60세 전후로 은퇴한 사람들이 갈 곳이나 누릴 문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남은 반생을 어떻게, 어떤 꺼리들을 가지고 향유할 것인가,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후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등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오늘날 루덴스협동조합에 이어 루덴스키친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관심사

루덴스키친은 지역사회와 어떤 연계활동을 펼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미에서 셰프 5명을 비롯한 직원들은 은평구 주민만 고용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은평구 다문화 사회적기업 마을무지개와 협업으로 다문화음식과 지구촌 문화교류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은평구 도시재생 활성화는 물론 지역사회 및 50+ 캠퍼스와 적극적인 연계를 모색할 뿐만 아니라 은평구 마을기업으로 등록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50+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주방과 홀서빙 등 채용 연계(관련 교육과정 수료생 중 우선 선발), 외식 창업 희망자 인턴십 및 컨설팅 제공 등도 생각 중이다. 또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루덴스키친을 케이터링, 파티플래너 등의 실습처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명진 상임이사로부터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불광역 상권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만, 서부캠퍼스와 혁신파크가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불광역에 머물러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은평뉴타운과 녹번역까지 포섭할 거라 기대합니다. 제 인생 후반기의 모든 것을 여기에 걸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루덴스키친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이 서울 전역은 물론 전국의 50 플러스 세대에게 전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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